- STORY
- 01스토리
벌써 15년도 지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교육컨설팅이라는 사업을 서울 잠원동에서 처음 시작했을 때가 2002년 8월 중순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일이라서 인터넷 홈페이지 외에는 우리가 하는 일을 알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잘 모르기도 했지만 그 당시는 유료로 교육상담을 받는 일이 거의 없었던 때였기에 어떻게 돈을 벌어 먹고 사나하며^^ 고민도 참 많이 했을 때입니다.
창업 후 1주일인가 지나서 처음으로 어느 학부모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아이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것이었지요. 사무실을 지나다가 간판을 보고 전화하셨다고 했습니다. 약속 날짜를 잡아서 드디어 제가 그 어머님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제가 주로 해왔던 일은 고3 위주의 대학, 학과 지원에 대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제가 처음으로 만나게 된 학부모님의 자녀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었습니다. 고민의 핵심은 어머님 나름대로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이나 과외 등 여러 가지 필요한 교육 지원을 해왔으나 성적은 기대한 만큼 오르지 않고, 아이는 엄마와 대화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 아빠는 엄마에게 아이 교육에 관한 모든 것들을 위임했기에 아이 아빠에게 별도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태였는데, 마침 저희 회사 간판을 보고 전화하게 된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 누군가와 고민을 이야기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필요가 절실했던 것이지요.
그동안 만났던 학부모님들의 소망은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공부 잘해서 명문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었지요. 제가 만난 어머님도 같은 소망을 갖고 계셨지만 명문대만을 고집하고 계시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 성적은 나오지 않고 아이는 그 무슨 이유인지 대화도 하지 않고 집에서 냉전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어머님께서는 지나 온 세월을 아이에게 쏟은 정성과 시간에 대한 아이의 냉담한 반응과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 그리고 아이 아빠에 대한 책임 의식 등으로 고민하고 계셨습니다. 그 어머님께서는 제게 지금까지 살아오셨던 이야기들과 아이에 대한 기대와 갈등 등의 문제들을 이야기 하시면서 많이도 눈물 흘리며 아파하셨습니다.
그 당시 제가 드린 이야기는 어머님과 딸 사이의 관계 회복이 우선이라고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어머님께서는 딸이 조금만 엄마 뜻에 따라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셨고, 딸은 엄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 달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불신하는 상태에서 자신의 요구만 하고 있었지 상대방의 요구를 먼저 들어줄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지요. 아마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예외일 수는 없었겠지요. 겪어 보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님께서 집으로 돌아가신 후 얼마 후 제가 그 어머님에게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최초의 고객님이라서 그 결과도 궁금했고, 당연히 피드백도 해 드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 어머님! 다녀가신 후 아이와의 관계가 좀 좋아지셨나요? 궁금해서 전화했습니다. 걱정도 되구요.”
“ 네, 덕분에 요즈음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관계도 예전보다는 좋아졌습니다.”
“ 참 다행입니다. 아이가 마침내 변한거로군요.”
“ 아니에요. 선생님! 변한 것은 아이가 아니라 '저'랍니다. 아이를 좀더 이해하게 되고 나서 제가 변하기로 했답니다.
이제는 얼마나 마음이 편해졌는지 몰라요. 고맙습니다.”